by 한지희 교수
복음과실천신학, 제79권 (2026년05월)pp.135-168
본 연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설교 위기가 단순한 설교 기술이나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말씀과 성령의 관계를 이해하는 신학적 토대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설교 역사 속에서 나타난 per verbum(말씀을 통해), sine verbo(말씀 없이), cum verbo(말씀과 함께)라는 세 가지 틀을 통해 한국교회의 설교 현실을 분석한다.
특히 현대 복음주의 설교를 대표하는 두 인물인 Martyn Lloyd-Jones와 John Stott의 설교 이해를 비교한다. 로이드 존스는 설교를 성령께서 말씀을 통해 능력 있게 역사하시는 영적 사건으로 이해하며, 청중의 회심과 삶의 변화를 강조하였다. 반면 스토트는 설교를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고 현대인에게 적용하는 공적 사역으로 보며, 말씀의 명확한 전달과 이해를 중시하였다.
그러나 저자는 두 모델 모두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로이드 존스의 설교관은 성령의 능력을 강조하는 강점이 있지만 개인적 변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스토트의 설교관은 성경적 해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지만 설교를 설명적 행위로 축소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는 cum verbo의 관점에서 말씀과 성령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통합된 실재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설교는 단순한 정보 전달도 아니고, 성령 체험만을 강조하는 사건도 아니라, 말씀과 성령이 함께 역사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형성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설교의 목적은 개인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의 형성, 하나님 나라의 증언, 나아가 창조 질서의 회복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결국 이 연구는 한국교회 설교의 회복이 새로운 기법이나 전달 방식의 개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과 성령의 통합을 바탕으로 한 삼위일체적 설교 이해를 회복하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설교를 개인의 영성 향상을 넘어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적 증언으로 다시 세우려는 중요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