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영적 컨시어지로서

설교자, 영적 컨시어지로서

From  Preaching Magazine (2026 Spring)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슬자(Srdja, 세르지라고 발음)’라는 수석 컨시어지가 있다. 언제나 손님을 맞이하고, 택배를 받아주며, 밤낮없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그의 존재는 내게 큰 위로가 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훌륭한 컨시어지는 좋은 설교자와 닮았다.”


섬김의 예술
컨시어지는 단순히 안내 데스크 직원이 아니다. 손님의 필요를 미리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맞춤형 도움을 제공하는 ‘섬김의 전문가’다. 설교자 역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중의 필요를 예감하고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 만나 영적 돌봄과 인도, 생명의 양식을 제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관계의 기술
좋은 컨시어지는 손님이 존중받고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한다. 그들은 손님의 취향과 필요를 묻고, 그에 맞는 안내를 한다. 마찬가지로 설교자는 청중의 영적 상태, 문화적 맥락, 감정의 결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질문과 아픔, 마음속 갈망을 민감하게 살피며 설교해야 한다. 설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체험하게 하는 변화를 위한 만남이 되어야 한다.

 

예감의 기술

훌륭한 컨시어지는 손님이 부탁하기 전에 먼저 준비한다. 설교자 역시 회중의 형편을 미리 생각하고,
그들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줄 준비를 해야 한다. 본문을 연구하면서 그 의미가 오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찾아야 한다. 설교의 목적은 단순한 개념 전달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하나님과 사람의 만남이 일어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탁월한 섬김
좋은 컨시어지는 단지 요구를 채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기대를 넘어서는 환대로 감동을 준다. 설교자 또한 철저한 준비와 성실한 전달로 회중을 섬겨야 한다. 설교는 자기의 재능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겸손히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섬김의 자리다. 설교자는 자신을 드려 회중이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영적 안식’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설교는 일종의 영적 환대(hospitality)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지금 이 순간, 청중의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슬자가 심장 질환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회복되어 다시 만났을 때, 나는 그의 헌신과 책임감이 목회자의 마음과 같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사람들의 삶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섬겼다. 내가 알고 있는 몇몇 훌륭한 설교자들도 그러했다. 그들은 자신이 섬기기 위해 존재함을 분명히 보여주었고, 그들의 따뜻한 환대는 듣는 이를 멈춰 서게 했다. 나 또한 그런 설교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아마 그렇게 되길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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